Abstract: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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삼국사기』지리지에 남아 있는 지명 가운데 순수 고구려어를 적은 것으로 여겨지는 지명들은 어느 것이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마는, 특히 ‘혈구군(穴口郡)’은 그 어형의 특수성이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. ‘혈구군(穴口郡)’의 ‘혈 (穴)’과 ‘구(口)’ 특히 ‘혈(穴)’은 고구려어 혹은 한국어의 계통 문제를 밝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. 원시한국어를 둘로 나누어, 부여 및 고구려어를 중심으로 하는 북방계 언어와 삼한의 언어를 중심으로 하는 남방계 언어가 어느 정도 차이를 가지는 것이었다고 할 때, ‘혈구군(穴口郡)’의 ‘혈(穴)’은 그것이 얼마나 다른 것인가를 볼 수 있는 핵심 어형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. 왜냐하면, ‘혈(穴)’의 의미를 가졌던 것으로 생각되는 ‘갑비(甲比)’가 중세어형과 완전히 동일한 어형을 보이는 것은 아니면서 중세어형의 선대형으로 볼 수 있는 어형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. |